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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코알라 작성일20-10-10 09:38 조회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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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태범 기자]

[수원=뉴시스] 김종택기자 = 22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한국건강관리협회 경기도지부에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유료접종을 맞으려는 시민들이 길게 줄 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한편 질병관리청은 만 13~18살(중고생)대상으로 무료 예방접종하려던 백신에서 유통 과정상 문제가 발견돼 백신접종 중단을 긴급 공지했다. 이번 사태로 올해 겨울 독감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을 막겠다는 방역당국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0.09.22. jtk@newsis.com

독감(인플루엔자) 백신의 ‘상온 노출’ 사건으로 국가예방접종 사업이 전면 중단된 가운데 백신을 둘러싼 국민적 불신이 깊어지면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홀짝게임

무료접종 대상자 9만여명이 ‘그냥 돈 내고 맞겠다’며 유료백신을 접종해 1인당 3~4만원의 비용을 내는가 하면 의사 1명당 하루 최대 100명만 접종을 실시하도록 하면서 선착순에 따른 ‘줄서기’ 현상도 나타난다.

정부는 오는 13일 백신 접종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안전성에 문제없다’며 이해를 구하고 있으나 불신이 해소되지 않아 국민들이 접종을 꺼릴 것이란 관측이다.

백신 불신에 유료접종 나선 국민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이 8일 오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한국소비자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0.10.08. photo@newsis.com
9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이 국무조정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무료백신 접종 대상자 중 유료백신을 맞은 사례는 지난 4일 기준 만 12세 이하 어린이 9만823건, 임신부 514건으로 집계됐다.

동절기 코로나19(COVID-19) 재유행 전에 독감 백신을 맞아야 하는데 접종시기를 미루면 백신이 품절될 것을 우려해 돈을 내고서라도 유료접종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그만큼 백신 관리 시스템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다는 반증이다.

실제로 9만여명 중 6만5560명은 지난달 22~24일 사이 유료백신을 접종했다. 질병관리청이 상온 노출 사실을 확인해 무료백신 접종 중단을 긴급공지한 21일 밤의 다음 날부터 집중적으로 접종이 이뤄진 셈이다.

현재 독감 유료백신의 시중가는 4만원대 안팎에서 조금씩 오르는 추세다. 9만여명이 백신 접종에 4만원을 지출했다고 가정하면, 정부가 초래한 백신 불신으로 인해 36억원에 달하는 돈이 국민들의 지갑 속에서 빠져나갔다는 얘기다.

윤두현 의원은 유료 백신을 맞은 무료접종 대상자들에게 정부가 비용을 보전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 조달업체의 잘못으로 피해가 발생한 만큼 정부가 보상하고 피해 금액을 업체로부터 회수하는 방안도 가능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13일 무료백신 접종 재개되지만 ‘백신불신’ 여전

[청주=뉴시스] 인진연 기자 =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8일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 내 질병관리청에 마련된 비대면 원격 화상 국정감사장에 출석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2020.10.08 inphoto@newsis.com
질병관리청은 상온 노출 신고가 접수된 독감 백신 539만 도즈(1회 접종분) 중 품질문제가 우려되는 48만 도즈는 수거 조치하고, 나머지 491만 도즈는 오는 13일 시작하는 무료접종에 다시 사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접종에 사용되는 491만 도즈에는 적정온도 2~8도를 벗어난 것으로 확인된 물량 258만2590도즈도 포함돼 있다. 질병청은 노출시간이 짧아 안전성 문제가 없다고 했지만 안심할 수 없는 이 물량을 누가 맞으려고 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로 인해 무료백신 접종이 재개되더라도 유료백신 접종 현상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올해 코로나19와의 트윈데믹을 우려해 접종자가 크게 늘면 유료 물량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태범 기자 bum_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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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해양경찰서 전경.
[부안해양경찰서 제공]


(부안=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전북 부안해양경찰서는 오는 12일부터 4주 동안 낚싯배와 레저기구 불법행위를 집중적으로 단속한다고 10일 밝혔다.

해경은 가을철 바다낚시 성수기를 맞아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해양사고 위험이 높다고 보고 특별단속을 결정했다.

중점 단속대상은 출입항 미신고와 영업 구역 위반, 구명조끼 미착용, 음주 운항, 정원 초과 등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에 따른 거리 두기 등 감염병 예방수칙 준수 여부도 점검한다.

부안해경 관계자는 "고질·상습적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단속으로 해상 질서를 확립하겠다"며 "안전한 바다낚시와 레저 문화 정착을 위해 불법행위 근절에 동참해달라"고 말했다.

jay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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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론 개략’ 옮긴이 성희엽 박사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토착왜구’라는 억지소리가 채 가시지 않은 지금 후쿠자와 유키치(福澤諭吉·1834∼1901)의 ‘문명론 개략’(소명출판)을 펴내는 것은 모험일 수 있다. 게다가 역자는 책의 해제(解題)에서 후쿠자와의 문명론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유효하다고 역설한다. ‘이 사람이 쓰는 법’에서 옮긴이를 소개하기는 처음이다. 그러나 그의 해제는 시대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볼 만하다. 번역자 성희엽 박사(57·사진)를 16일 만났다.

“일본 근대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을 한 권 꼽자면 후쿠자와가 1875년에 쓴 이 책입니다. 인터넷에는 후쿠자와에 대한 극단적인 평가가 있는데, 이 책도 제대로 못 봤으면서 어떻게 그를 비판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메이지유신을 이룬 1868년부터 약 10년간 일본은 혼란스러웠다. 혁명의 성공에 심취해 어떤 국가를 만들지 어렴풋했다. 후쿠자와는 개인의 자유와 공화(共和)의 가치를 바탕으로 권력의 전제(專制)를 견제하는 문명화에서 길을 찾았다.

“봉건사회와 근대사회의 가장 큰 차이가 뭔지 고민하던 후쿠자와는 자유를 새로운 사회의 운영원리로 정착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공화와 결합해 권력의 전제를 견제해야 사회가 바르게 유지된다는 거였죠. 자유주의를 동양사회에서 처음 소화한 겁니다.”

서울대 화학과 82학번인 성 박사는 그 시대 운동권이 그랬듯 일본어를 공부해 한국에 없던 마르크스 레닌의 저작을 읽었다. 대학 도서관에서 찾은 일본판 마오쩌둥 선집의 ‘모순론’ ‘실천론’을 며칠간 밤새 번역해 뿌리기도 했다. 하지만 1990, 91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유럽을 현장에서 본 뒤 사회주의를 포기했다.

“정치권에 들어가 정부에서 일하던 40대 후반, 인생 후반전을 어떻게 살까 고민했죠. 어떤 국가를 만들어야 할지 알려면 동아시아에서 유일하게 근대국가를 이룬 일본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부경대에서 일본 근대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메이지유신의 역사를 다룬 ‘조용한 혁명’(2016년)을 냈다. 그리고 4년여 작업 끝에 이 책을 내놨다.

“한국 지도층은 대부분 자유주의 시대를 모르고, 자유라는 가치를 고민하지 않았어요. 산케이신문 칼럼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이나 이른바 ‘코로나 독재’, (유력 정치인의) 성폭력 등을 보세요. 전체주의적 습성과 파시즘적 사고방식에 젖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죠.”

해제는 이렇게 맺는다. ‘… 19세기 동아시아의 역사는 개인의 자유와 공화주의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 국가 체제의 본질은 전제에 지나지 않으며, 개인과 사회는 물론이고 그 국가마저도 독립 자존할 수 없게 만듦을 생생하게 증거해 준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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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미 무엇? 신 존재하나?
카시러 vs 하이데거 열띤 논쟁

프랑스 화가 앙리 루소 그림엔
삶과 죽음 상징·의미로 가득

공론화 불가능한 사회 공동체
‘논리·팩트·하나의 진실’ 무의미
[미래 Big Questions] 세계관의 미래

앙리 루소, '잠자는 집시'(1897). 40대가 넘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루소는 자신이 만족할 때까지 그림을 그렸다. 그림은 왜 여인이 사막에서 잠들었는지 질문을 한다. [뉴욕 MoMA]
“인간이란 무엇인가?” 계몽주의 철학자 칸트는 “스스로 답할 수 없는 질문을 끝없이 던지는 존재”라고 정의해 유명하다. 덕분에 인간은 필연적으로 형이상학적인 동물이라는 말이겠다. 뭐,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데 정말 궁금해진다.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우리는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가는가”, “신은 존재하는가.” 왜 호모 사피엔스는 어차피 대답할 수 없는 질문에 그렇게도 집착하는 걸까?


에른스트 카시러
1929년 스위스 작은 도시 다보스에서는 고리타분한 이런 철학적 문제를 두고 치열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었다. 바로 신칸트 철학의 대가인 에른스트 카시러와 당시 가장 ‘힙’했던 ‘젊은’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논쟁이었다. 칸트의 계몽주의 전통을 이끌던 유대인 카시러는 주장한다. 경험 그 자체만이 아닌, 심볼과 기호를 통해 세상에 대한 사유가 가능한 게 인간이기에, 답이 없는 질문 역시 우리는 끝없이 만들어내고 바로 그런 질문을 통해 우리는 꾸준히 계몽한다고. 추후 나치 독재정권과 협력하게 될 하이데거는 반박한다. 아니,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도저히 이해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는 존재의 시간적 한계가 모든 철학의 시작이자 끝이어야 한다고. 카시러의 논리-언어적 접근으로는 인간의 존재적 두려움을 해결할 수 없다고.파워볼

진실, 생존 보장 땐 언제든 왜곡 가능

죽음에 대한 두려움일까? 아니면 이 세상 모든 걸 기호와 상징으로 표현하려는 본능 덕분일까? 40대가 넘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프랑스 화가 앙리 루소의 작품을 살펴보자. 미술사를 공부한 적도, 관심도 없었던 루소의 손은 단순히 자신의 눈이 만족할 때까지 그렸을 뿐이다. 표현할 의미가 없었기에 숨겨진 기호도 없는 루소의 그림. 하지만 덕분에 역설적으로 그의 작품들은 마음껏 투사 가능한 상징과 의미로 가득하다.


마르틴 하이데거
여인은 왜 사막 한가운데 잠이 든 걸까? 사자가 그녀의 냄새를 맡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는 걸까? 외로운 사막 같은 인생에서 결국 사자 같은 죽음을 마주치는 것이 인간의 조건이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종교일까? 아니면 과학과 철학? 삶에서 길을 안내해 주던 지팡이는 이제 아무 소용없고, 인간에게 허락된 작은 행복을 주던 화려한 옷과 멋진 악기마저도 무의미해 보인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기 시작하는 호모 사피엔스. 덕분에 ‘죽음’은 모든 인간의 시작이자 끝이다. 하지만 시작과 끝 사이엔 언제나 중간이 있고, 비움보다 채움을 선호하는 인간은 보고, 듣고, 만지는 것들로 삶을 채우기 시작한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뇌가 머리 안에 있으니 말이다. 세상을 직접 경험할 수 없는 뇌는 두개골이라는 ‘감옥’ 안에 평생 갇힌 ‘죄인’이다. 눈과 코와 귀가 전달한 정보를 통해 세상을 간접적으로 이해하지만, 뇌에 정보를 전달하는 센서들은 완벽하지 않다. 아니, 완벽할 필요조차도 없다. 눈, 코, 귀, 그리고 뇌의 진화적 목표는 진실이 아닌 현실에서의 생존이다. 생존만 보장해 준다면 진실은 언제든지 왜곡 가능하다는 말이다.

개미의 현실과 인간의 현실, 아메바의 세상과 고래의 세상, 모래와 블랙홀의 현실. 유일하게 기호와 심볼을 사용할 수 있는 인간은 새로운 ‘게임’을 하기 시작한다. 바로 ‘현실 만들기’였다. “현실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순간 우리는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무언가의 존재를 가정한다. 지구 대부분 생명체는현실에 대해 질문을 할 수 없다. 인간과 가장 비슷한 영장류들의 인지 능력은 충분히 토론해볼 수 있겠지만, 우선 먼저 현실이란 필연적으로 인간의 질문을 바탕으로 한다고 가설해보자.

우리는 끝없이 질문들을 던진다. 산과 바다 넘어 세상은 어떤 모습을 가졌는지, 만물을 창조한 전능한 존재가 있었는지, 왜 우리는 죽어야 하는지 말이다. 비슷한 경험은 비슷한 질문과 비슷한 세계관을 가능하게 한다. 빙하시대 매머드를 사냥하던 우리 조상들. 꽁꽁 얼어붙은 손과 발을 녹이며 질문하지 않았을까? 매머드들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왜 불은 따듯하고 얼음을 차가울까? 더는 입에서 김이 나오지 않는 어머니의 몸은 왜 딱딱하게 굳어버린 걸까?

사막에서의 인간은 사막에 최적화한 현실과 세계관을 만들고, 바다로 둘러싼 섬에 정착한 이들은 신이 바닷속에 산다고 믿었다. 정글에서 생존해야 했던 아마존 인디언들은 깊은 밀림 속 재규어를 섬겼고, 가나안에 도착한 히브리인들은 단일 신야훼를 믿었다. 홀로 태어난 인간은 자신만의 현실을 만들지만, 서로 다른 개개인의 현실들은 가족과 마을의 현실에 합류된다. 주어진 현실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개인의 현실들이 합쳐지고 녹아들어 모두가 동의하고 공유할 수 있는 “현실”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움베르토 에코
소설 『장미의 이름』으로 유명한 움베르토 에코는 기호학자였다. 특히 중세 철학과 중세 기호학의 대가였던 그는 현대사회와 중세의 가장 큰 차이를 현실에 대한 이해라고 믿었다. 자신이 태어난 마을에서 대부분 자라고,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다 죽었던 중세인들의 세상은 마을을 넘지 못했다. 인쇄물도, 신문도, 라디오도 없던 시대 그들이 “동기화”해야 할 현실은 지극히 작았다. 그렇다면 반대로 현대화란 시간과 거리 적으로 멀리 떨어진 사람들의 현실과 세계관의 동기화 과정이라고 해석해볼 수 있다. 여행, 매스 미디어, 역사책, 그리고 국가와 정부의 탄생은 마을마다 독립적으로 존재하던 세계관과 현실을 통합하기 시작한다. 마치 동네 작은 식당과 가계가 대형마트와 프랜차이즈로 대체되듯 말이다.

같은 이야기, 같은 역사, 그리고 같은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며 서서히 공통된 목표와 이해관계를 추구하는 공동체로 발전한 현대 사회. 물론 모든 공동체 멤버들의 역할과 영향력이 동일할 수는 없겠다.

역사상 가장 거대한 ‘공동현실’ 만들어


위르겐 하버마스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인 하버마스는 그렇기에 가장 이상적인 공동체는 모두가 동일한 권리를 기반으로 같은 공론장에 참여해야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동등한 공동체 멤버들 간의 충분한 논의를 거쳐 얻은 컨센서스가 바로 그 현실 내에서의 ‘진실’이라는 것이다.

20세기 말 우리는 어쩌면 인류역사상 가장 거대한 ‘공동현실’을 만들어냈는지도 모른다. 세상은 평평했기에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꿈과 아이디어 모두 공유되어 ‘세계화’라는 하나의 거대한 현실로 녹아들어가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가장 높은 곳은 언제나 가장 깊게 추락하기 전인 걸까? 인터넷과 개인 미디어, SNS 뉴스피드와 추천시스템은 모두가 참여하고 토론하는 공론화를 이제 무의미하게 만들기 시작한다. 더는 우리는 하나의 현실을 향해 가지 않는다. 다양한 경험이 하나의 현실로 모이는 것이 아니라 각자 선호하는 현실과 가장 잘 어울리는 정보만 골라 소비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현실을 논의하지 않는다면, 논리와 팩트는 무의미해지지 않을까? 공론화가 불가능한 공동체에서는 음모론이 판치고, 진실은 가장 목소리 큰 이의 몫이 된다. 롤플레잉 게임과 가상현실을 통해 현실의 다양성을 이미 경험한 인류는 이제 사회 공동체를 다중 현실 중 하나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는지도 모른다. 현실이 여러 개라면, 진실 역시 여러 개다. 모두가 동의하는 하나의 진실과 도덕이 불가능해진 21세기. 현실 그 자체가 더는 절대적이지 않은 미래에서는 어쩌면 모두가 합의한 공동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 대신, 언제든지 쓰고, 믿고, 다시 포기 가능한 ‘인스턴트 현실’의 세상이 될 수도 있다.


김대식 KAIST 교수·뇌과학자 daeshik@kaist.ac.kr
독일 막스-플랑크 뇌과학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땄다. 미국 MIT와 일본 이화학연구소에서 각각 박사후 과정과 연구원을 거쳤다. 미국 미네소타대 조교수, 보스턴대 부교수를 지냈다. 2013~2015년 중앙SUNDAY에 ‘김대식의 Big Questions’를 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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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AFP=연합뉴스]
사람들은 내가 남편과 똑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매번 그렇지는 않다"

하루에도 수차례 논란의 중심에 서는 초강대국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는 남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생각과 말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CNN이 최근 공개한 멜라니아 전 보좌관 스테파니 윈스턴 월코프 녹음 파일에서 멜라니아는 "그들은 내가 트럼프와 연결돼 있고, 똑같고, 충분히 행동하지 않는다고 비난한다"고 말하며 좌절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멜라니아가 남편과 매사 생각을 같이하거나, 무조건 따르지는 않는 듯하다. 때로는 공개적으로 이견을 내기도 했다. 8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월코프 회고록 『멜라니아와 나』를 인용해 멜라니아가 트럼프의 반대편에 섰던 다섯 번의 순간이 있었다고 전했다.

1. "르브론은 좋은 일을 한다"

2018년 8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프로농구(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가 공방을 벌였을 당시 멜라니아는 남편이 아닌 르브론의 편에 섰다.


NBA 농구 스타 제임스 르브론. [AP=연합뉴스]
논란은 르브론이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주의적 태도를 비판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흑인 운동선수들이 미국 국가 연주 중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의미로 무릎을 꿇는 것을 비판했다. 그러자 르브론은 "그(트럼프)는 우리를 갈라놓으려 스포츠를 이용하는 것 같다"고 역공했다. 인터뷰가 나간 후 트럼프 대통령은 '르브론은 머리가 나쁜 사람'이라는 취지의 글을 트위터에 쓰며 분노를 표출했다.

그런데 다음 날 멜라니아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제임스는 다음 세대를 위해 좋은 일을 하려 노력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르브론을 칭찬했다. 르브론이 오하이오주 저소득 가정 어린이를 위해 학교를 연 일을 거론한 것이지만 남편과 생각이 다르다는 걸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이다.

2. "가슴으로 통치해야"

멜라니아는 2018년 6월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 국경 밀입국자에 대해 무관용 정책을 들고나올 때도 이례적으로 비판 논평을 냈다.

특히 밀입국자 부모와 자녀를 분리하겠다는 정책에 "우리는 법을 따르는 나라가 돼야 할 뿐 아니라 가슴으로 통치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믿는다"며 이견을 드러냈다. 멜라니아의 대변인은 "멜라니아 여사는 아이들을 그들의 부모와 떼놓는 것을 보기 싫어한다. 민주 공화 양당이 힘을 합쳐 성공적인 이민 개혁 이루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후에 트럼프 대통령이 자녀 격리 정책을 철회한 데는 멜라니아의 영향력이 컸다는 관측도 나온다. CNN은 "멜라니아가 수차례 트럼프를 설득했다"고 보도했다.

3."아니, 재킷 문구에는 의미가 없다"

멜라니아 트럼프가 2018년 불법 밀입국자 아동보호소 방문차 비행기에 탈때 입은 논란의 재킷. [백악관, 자라]

멜라니아는 비슷한 시기 텍사스에 있는 밀입국 아동 보호소를 방문하는 과정에서 논란에 휩싸였다. 이날 패션 브랜드 '자라'의 카키색 재킷을 입고 비행기에 올랐는데, 재킷 뒤에 "나는 정말 신경 쓰지 않아. 넌 그래?(I REALLY DON'T CARE. DO U?)"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보호소 아동을 만나러 가는데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이 일었다. 멜라니아는 비행기에서 내릴 때는 이 옷을 입지 않고 있었다.

논란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멜라니아 재킷 문구는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미디어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멜라니아 대변인은 즉시 성명을 내고 "이건 재킷일 뿐. 숨은 메시지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몇달 뒤 멜라니아는 "전혀 의미가 없지는 않았다"고 했다.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들과 언론에 하고 싶은 말이었다는 것이다. "나는 언론이 내가 무엇을 입는지보다 무엇을 하느냐에 더 초점을 맞췄으면 좋겠다"고도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추측이 정답에 가까웠던 셈인데도 사건 당시에는 다른 입장을 낸 것이다.

4."오바마 정책 '사냥 금지'는 이어져야"


알래스카에 서식하는 거대 곰. '빅 게임 헌팅' 사냥꾼들이 노리는 사냥감 중 하나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트럼프 주니어는 열혈 사냥꾼으로 알려졌고, 트럼프 행정부도 사냥권 확대를 내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자의 정책을 뒤집었다가, 지난 6월 다시 알래스카 야생 동물 '사냥 금지'를 발표했다. 월코프는 회고록에서 멜라니아가 트럼프의 생각을 바꾸는데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5. "성소수자 정책, 굳이 행정부서 뒤집어야 하나"

멜라니아는 트럼프 행정부가 성소수 인권 문제를 다루는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었다고 월코프는 회고록을 통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시대에 나온 성소수자 학생 화장실 이용 정책(자신의 정체성에 맞는 성별 화장실을 쓸 수 있게 허용하는 것)을 다시 철폐했는데, 멜라니아가 "굳이 왜 이 일에 나서느냐"며 말렸다고 한다.파워볼사이트

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내가 관여할 필요가 없었고, 대법원이 이 사안을 다루도록 할 수 있었는데 펜스 부통령 때문에 그렇게 못했다"고 변명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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